SNS 활용 인맥관리팁

인맥 비만 당신, 진짜 친구는 몇명인가요?

SNS마스터 0 135

인간 관계 부질없더라… 마당발 자랑하던 사람들도 이젠 '친구 감량'
관계 속에 파묻힌 진짜 친구를 찾아서

"제대로 살아있는 것에 뛰고 있는 것을 '맥'(脈)이라고 하는 거야. 너, 여러 극단의 뒤풀이 같은 데 가는 모양인데, 거기서 알게 된 사람들과 지금도 연락하고 있냐? 갑자기 전화해서 만나러 갈 수 있어? 그거 정말로 인맥이라고 할 수 있는 거야?" 일본 소설가 아사이 료(28)는 2012년 발표한 장편소설 '누구'에서 피상적 인맥에 집착하는 숙맥들에게 이렇게 일갈한 적이 있다.





2017083101799_0_20170901095836752.jpg?type=w540비대해진 아랫배처럼 태만하게 몸집을 불린 친구 관계를 굽어본다. 이 군살들은 아름답지 않고 때로 정신 건강까지 해친다는 점에서 점검이 시급한 살이다. 무게를 달아본다. 기름기 싹 걷어내고, 내 진짜 친구는 모두 몇 ㎏이 나가는지./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휴대전화를 열어본다. 낯선 이름 수천명이 가나다순 도열해 있다. 페이스북을 켜면 기억도 가물가물한 '친구' 수천명이 나와는 무관한 행복을 연출하고 있다. "허무한듸!" 관계의 비만이 흉부를 조여온다. 때로 가슴이 갑갑해지거나 급격한 울화가 치밀 수 있다는 점에서 그것은 잠재적 성인병이라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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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이 돈맥으로 불리던 때가 있었다. "우리가 남이가" 마당발이 성공의 한 형태로 추앙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남이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면서, 판도가 바뀌고 있다. 단출하지만 따뜻했던, 검소한 두께의 친구 목록을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관리되지 않아 두툼해진 관계의 뱃살을 만져본다. 이대로 퍼질 순 없지. 전국 각지의 인맥 비만인들이 봉기하고 있다. 분연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간 체내에 누적된 기름기를 짜내고 있다. 바야흐로 '친구 감량'의 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 관계에 짓눌린 '관태기' 차라리 '티슈 친구'가 속 편해

‘친구 감량’ 열풍, 진짜 친구를 탐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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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심현경(29)씨는 최근 친구 절반 이상을 인생에서 걷어냈다. "소셜미디어를 보면 전부 '친구'로 등록돼 있는데 그중 정말 친구는 20%도 안 되는 것 같았다"는 게 이유다. 심씨는 "사실상 아무 관계도 아닌 이들과 '친구'라는 이름으로 엮이는 게 거북하게 느껴졌다"면서 "정작 중요한 이들이 누구인지 돌아보고 나머지는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 전반에서 관계의 미니멀리즘(minimalism)이 득세하면서 비대해진 인간관계 감량을 시도하는 이가 늘고 있는 것이다.

보통 소셜미디어 친구 목록이나 전화번호를 삭제하면서 친구 감량을 진행하지만, 훨씬 적극적인 '단식족'(族)도 있다. 직장인 이새보미야(30)씨는 휴대전화 약정 주기에 맞춰 친구를 정리한다. "보통 2년에 한 번 휴대전화를 교체하는데 그때 정말 친한 친구 10명 정도를 제외하곤 연락처를 전부 지운다"면서 "연락처가 쌓여봤자 연락을 주고받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니 이사 갈 때 집 청소 하듯 주변을 정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성인 254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내 인간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에 74%가 "그렇다"고 답했다. "처음 만난 사람들의 연락처를 잘 저장하지 않게 됐다"(23%)거나 "이제 연락처를 남에게 알려주는 게 꺼려진다"(18%)가 그 변화 낌새를 뒷받침한다. 그리고 응답자의 46%는 최근 "인간관계를 정리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왜?

2017083101799_3_20170901095836774.jpg?type=w540그래픽= 김의균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된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인간관계 부질없어"… 청춘에 닥친 '관태기'

1인 가구 증가 추세와 '혼자'의 생활 패턴이 대세가 된 것도 이 세태에 기름을 붓고 있다. 신조어 '관태기'(관계의 권태기)의 유행도 동일선상에 있다. 지난 4월 '알바몬'이 20대 141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42%가 "현재 관태기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피곤해서 인맥 관리할 여유가 없다"(44.7%)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혼자 있는 게 편해서"(32.9%) "스트레스를 받아서"(29.7%) 등이 줄을 이었다. "향후 관태기를 느끼는 20대가 증가할 것이라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서도 93.6% 압도적 비율로 "그렇다"고 답했다.

소설가 김영하가 2015년 낸 산문집 '말하다'가 최근 다시 화제에 올랐다. 이 대목 때문이다. "마흔이 넘어서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친구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거예요. 잘못 생각했던 거죠. 친구를 덜 만났으면 내 인생이 더 풍요로웠을 것 같아요. 쓸데없는 술자리에 시간을 너무 많이 낭비했어요. 맞출 수 없는 변덕스럽고 복잡한 여러 친구의 성향과 각기 다른 성격, 이런 걸 맞춰주느라 시간을 너무 허비했어요. 차라리 그 시간에 책이나 읽을걸. 잠을 자거나 음악이나 들을걸. 그냥 거리를 걷든가…. 그보다는 자기 자신의 취향에 귀 기울이고 영혼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한 거예요."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삶이 팍팍해지면서 어울리는 삶이 사라진 탓도 있겠지만 TV와 강연 등 사회·문화 전반이 '혼자'를 부추기면서 관계 회의주의 확산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친구는 가려서, 필요할 땐 뽑아서… 일회성 '티슈 인맥'

일회성 친구 관계를 선호하는 이도 늘고 있다. 연락처 누적을 애초에 차단하는 것. 필요할 때마다 뽑아서 쓰는 일회용 인맥 '티슈 인맥'이 탄생한 맥락이다. 직장인 박준구(31)씨는 지난 7월 용인에서 열린 지산 록 페스티벌에 가기 위해 티슈 인맥을 한 통 뽑아 썼다. "3일간 열리는 록 페스티벌을 혼자 보내긴 좀 적적해서 카카오톡 '오픈채팅'으로 록 페스티벌에 가고자 하는 사람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면서 "공연만 같이 보고 공연이 끝나면 연락처나 이름도 묻지 않고 곧장 헤어졌다"고 말했다. "짧은 만남이 이후 인연으로 이어지기도 쉽지 않은 데다 데면데면한 관계로 남을 바에 서로에게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 더 홀가분하다"는 게 그 이유다.

전화번호를 교환할 때부터 친구와 비(非)친구를 구분하는 이도 늘어나는 추세다. 전화번호를 2개씩 쓰는 '투넘버족'(族)이다. SK텔레콤이 내놓은 '넘버플러스2'는 한 스마트폰에서 두 전화번호를 쓸 수 있도록 한 서비스인데, 출시 첫해인 2014년 이용자 4만9000명 수준에서 지난 7월 기준 21만5000명을 넘어서며 3년 만에 4배 수준으로 뛰었다. 이용자 대다수는 20~40대(71%)로 인맥 형성이 가장 활발한 세대. SK텔레콤 관계자는 "사생활과 업무를 철저히 구분해 친구 관리의 번거로움을 덜어내려는 이가 증가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2017083101799_4_20170901095836782.jpg?type=w540관계의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면서‘1인 노 래방’(좌) 혹은‘1인 전용 고깃집’등도 증가 추 세다./조선일보DB
당신의 진짜 친구는 몇 명인가요?

친구는 많을수록 좋을 것 같지만, 용량 제한이 있다. 일찌감치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인 인류학자 로빈 던바(70)는 "인간에게 적정한 친구 숫자는 150명 정도"라는 '던바의 수'(Dunbar's number)를 발표한 바 있다. 대인 관계 규모는 영장류의 대뇌 신피질 크기와 관련이 있는데, 인간은 최대치로 150명이 프로그램돼 있다는 것이다. 던바 교수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 친구가 1000명이 넘어도 정기적으로 연락하는 사람은 150명 정도에 불과한데, 그중에서도 친밀한 관계는 채 20명이 되지 않는다.

2014년 미국 IT 기업 야후랩은 미국에 사는 18~64세 남녀 200명을 모집해 휴대전화에 저장된 연락처를 분석했다. 대다수가 자신의 연락처가 총 몇 개나 되는지 알지 못했는데, 평균 보유 연락처는 308개였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그룹은 '모르는 이름'(29%)이었다. 친구(23%)와 가족(13%)보다 앞서는 수치다.

한국도 큰 차이가 없었다. 'friday' 섹션이 SK플래닛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에 의뢰해 20~60대 성인 남녀 1038명을 조사한 결과, 휴대전화에 저장된 연락처는 100~300개(32.1%)가 가장 많았고, 소셜미디어 등록 친구 역시 100명(61.99%)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진짜 친구'는 몇 명일까. 5명 이하(69.4%)가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이들 대부분이 "가끔 혹은 주기적으로 '친구 정리'를 한다"(81.1%)고 답했다.

친구 감량, 어떻게 할 것인가?

정리정돈 컨설턴트 윤선현(41) 베리굿정리컨설팅 대표는 "인간관계도 물건 정리와 비슷하다"는 주장을 내세운다. 2014년 책 '관계 정리가 힘이다'를 내기도 한 윤 대표는 "물건이든 관계든 정리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은 '약한 마음'"이라고 말한다. "버리고는 싶은데 버리기 미안한 것이다. 먼저 '착한 사람 콤플렉스'를 버려야 한다. '혹시 전화번호를 지우면 나중에 그 사람이 전화할 때 무안해지지 않을까' 같은 고민을 버려야 한다. 자신의 정신 건강을 먼저 생각하라." 이어 "금전적 거래 빈도라거나 만남 횟수 등 명확한 기준을 세워 연락처를 정리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관계 정리를 돕는 스마트폰 앱도 등장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일하며 1200여 개 연락처를 정리하느라 골머리를 앓던 IT 기업 보딕의 신우준(37) 대표는 스타트업을 차려 2년간 연구 끝에 지난달 앱 '마리엘스'를 세상에 내놨다. 신 대표는 "저장된 연락처를 분석해 앱이 깔린 스마트폰끼리 그룹 간 친밀도를 인맥 지도로 시각화하는 서비스"라면서 "실제 지도처럼 확대·축소해가며 연락의 연결 고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연락처 정리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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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와 ‘미니멀 라이프’를 부르짖는 책이 쏟아져 나오면서 친구 감량 열풍에 기름을 붓고 있다./ 정상혁 기자


관계, 기름기 빼되 단식 말 것

미국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 '네트워크 다양성 및 경제적 발전'에 따르면, 연락처 수는 개인의 사회·경제적 발전과 별 상관성이 없다. 다만 부유한 사람은 연락처가 적더라도 각계각층 인물로 연락처를 구성해 소통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가난한 사람은 한정된 인맥에서만 자주 연락한 흔적이 있었다.

로널드 버트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말하는 '인맥 중개'(Network Brokerage) 역시 이 내용을 뒷받침한다. 아시아·유럽·북미의 은행원·애널리스트 198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네트워크의 다양성이 높아질수록 향후 승진이나 업무 성과 등에서 이익을 얻었다. 논문은 관계의 다양성이 기능과 효율의 측면에서 도움을 주고, 소수와 연락하다 보면 감정적 위안은 얻을 수 있지만 성장 기회는 놓칠 수 있다는 것을 웅변한다. 서울대 사회학과 정근식 교수는 "친구를 점차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이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없앤다는 점에서 합리적 전략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심해질 경우 공동체적 결속이 사라지고 생활의 질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과유불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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