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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음악비서 로봇’, 노래도 골라주고 작곡까지 ‘척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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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음악, 어떻게 즐길까 

[정지훈의 미래세계](6) ‘음악비서 로봇’, 노래도 골라주고 작곡까지 ‘척척’

아마도 음악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클래식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대중적인 팝음악을 애호한다. 젊은이들 중에는 클럽에서 듣는 EDM(Electronic Dance Music)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어떤 종류의 음악을 좋아하든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하나 있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우리들이 음악을 저장하고, 재생하고, 유통 및 거래하는 방식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점이다. 또한 인공지능 기술이 음악을 듣고 즐기는 방식에 다양하게 관여하게 될 미래에는 더욱 큰 변화가 올 것이라는 점이다.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다.

  

“가원이의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인다. 그것을 눈치챘는지 집에 있는 로봇 아비치가 그녀의 반응을 살피며 기분을 전환시켜주는 음악을 들려준다. 이제는 특별히 어떤 음악을 지정해서 들을 필요가 없는 시대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해서 주변 사람들의 분위기와 표정, 그 날의 날씨 등을 살펴가며 사람들이 가장 좋아할 것 같은 음악을 선곡해서 틀어준다. 적당한 곡이 없으면 심지어 곡을 작곡해서 들려주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듣고 있는 노래 제목과 가수 이름을 모르는 경우가 훨씬 많다. 모든 것이 자동화된 미래시대의 부작용이라고 해야 할까?”

  

일부에선 이런 시나리오가 이미 현실화되었다. 음악을 선택하지 않고 어떤 테마를 선택하면 그에 맞는 음악을 계속 틀어준다거나, 흥얼거리는 소리만 듣고 정확히 그 음악을 찾아서 들려주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음악을 스트리밍으로 들으며, 직접 소유하지 않고 즐기는 형태로 바뀐 것은 그리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다.

  

음악의 역사에서 음악이 제대로 기록된 시기는 1888년 축음기가 발명되면서부터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음반’이라는 단위가 이때 탄생했다. 음악을 음반에 녹음하면 어디에서든 재생기를 통해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가 흔히 듣는 노래의 길이는 3분에서 4분 내외인데, 이것이 최초의 원판형 레코드인 SP(Short Play)의 길이다. 10인치 SP는 한 면에 3분20초, 12인치 SP는 한 면에 4분30초를 담을 수 있었다. 이후 1948년 컬럼비아 레코드에서 LP(Long Play) 레코드를 개발하고 이것이 크게 대중화되었다. 분당 회전수를 33과 3분의 1 회전으로 줄여서 한 면에 22분을 녹음할 수 있게 된 LP는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정규(Full-Length) 앨범’이라는 개념도 낳았다. 

 

디지털 기술이 음악의 저장과 재생에 처음 도입된 것은 CD(Compact Disc)가 등장하면서부터다. CD는 1970년대 말 필립스와 소니가 공동 개발하여 1982년에 상용화된 디지털 보조기억 장치다. 레이저를 이용하기 때문에 레이저디스크(Laser Disc)와 같은 원리라고 볼 수 있는데, 레이저디스크는 아날로그로 주로 영상을 기록한 반면 CD는 디지털 방식으로 음악을 주로 기록하고 재생했다. 1982년부터 시장에 등장해서 점점 사람들을 사로잡더니 깨끗한 디지털 음질과 가벼운 휴대성을 무기로 1990년대에는 LP를 밀어내고 가장 중요한 음악의 기록매체가 되었다. 최초의 상업용 CD 제품은 1982년 8월에 나온 클라우디오 아라우(Claudio Arrau)의 왈츠 공연물이었고, 최초로 발매된 앨범은 1982년 10월에 나온 빌리 조엘의 ‘52nd Street’였다. 디지털로 기록하는 장점을 살려서, 트랙에 음악정보 대신 데이터를 기록하는 CD-ROM 규격이 나오자 CD의 활용 범위는 크게 넓어졌다. 1990년대에는 컴퓨터만 있으면 누구나 음악 CD와 데이터 CD를 모두 활용할 수 있게 되어 CD가 음악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컴퓨터 기기에서 쓰이게 된다. 

 

음악에서의 CD 전성시대는 인터넷 보급과 MP3 포맷이라는 디지털 파일 형식이 널리 보급되면서 저물어갔다. MP3를 중심으로 한 음악산업의 디지털화는 특히 대학 기숙사 등을 중심으로 번져갔다. 자신들이 소장하고 있는 CD를 컴퓨터를 이용해 MP3로 변환하고, 이를 인터넷을 통해 공유하는 문화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었다. 특히 냅스터(Napster)라는 음악파일 공유 서비스가 절정의 인기를 누리면서 그 파급효과가 음악산업 전반으로 퍼져나갔다. 이런 변화에 애플이 발 빠르게 반응하면서 탄생시킨 것이 바로 아이팟(iPod)이다.

  

아이팟이 주목했던 MP3 플레이어의 경우, 초창기 시장을 선도한 것은 우리나라 기업들이었다. 새한정보시스템이 1997년 내놓은 MP맨은 세계적으로도 최초의 제품이었고, 뒤를 이어 아이리버와 같은 회사들이 제품을 출시했다. 그 이후 컴팩을 비롯한 여러 회사들도 다양한 제품들을 내놓았다. 비록 이런 제품들이 더 효율적이고 강력한 성능을 제공하긴 했지만, 이용자들의 입장에서는 “가지고 다니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기”라는 기본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머물렀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었다. 아이팟은 달랐다. MP3라는 디지털 음원이 줄 수 있는 또 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이튠즈 소프트웨어와 아이튠즈 스토어, 그리고 아이팟으로 연결되는 통합적인 음악 경험 서비스를 애플이라는 브랜드와 함께하도록 함으로써 “사용자들에게 음악을 즐기는 새로운 통합시스템을 서비스한다”는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새로운 경험’이 결국 커다란 성공으로 이어졌다.

 

아이튠즈와 아이팟, 그리고 아이폰으로 이어지는 MP3 다운로드를 중심으로 하는 디지털 싱글이라는 개념이 대세를 이루면서 음악산업의 판도가 크게 바뀌었다. 최근의 우리나라 음악시장을 보더라도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만들고 소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어느새 MP3 파일을 다운로드받는 방식의 음악소비 패턴에도 변화가 생겨서 인터넷을 통해 즉석에서 스트리밍을 해서 듣는 방식으로 대세가 옮겨가고 있다. 이런 서비스가 발전한 것은 해외의 스포티파이(Spotify)와 국내의 멜론(Melon)과 벅스(Bucks) 같은 서비스가 등장하면서부터다. 

 

사실 이런 변화는 우리나라가 더 빨랐다. 벅스뮤직은 아이팟이 등장하던 2001년보다 1년 앞선 2000년 5월에 이미 인터넷을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고, 2004년부터는 벅스와 멜론이 유료시장을 개척할 정도로 PC시장을 중심으로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 시장을 발 빠르게 개척했다. 해외에서는 스웨덴의 다니엘 엑(Daniel Ek)이 2008년 시작한 스포티파이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디지털 음악의 대세가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로 완전히 쏠리고 있다. 이런 추세는 가장 성공적인 디지털 음원의 판매 생태계를 구축한 애플이 아이튠즈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 뮤직(Apple Music)’을 최근 강력하게 밀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음악기술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미 개발된 몇몇 관련 기술들을 살펴보면 그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이제는 누구나 스마트폰을 통해서 어떤 아티스트가 만들었고, 제목이 무엇인지 몰라도 곡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분야에서 유명한 모바일 앱이 바로 샤잠(Shazam)이다. 스마트폰 보급 초창기부터 앱으로 등장해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이런 기술이 인공지능 비서 기술과 결합하면 더욱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에서 발표한 에코(Echo)라는 인공지능 스피커에는 알렉사(Alexa)라는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가 탑재되어 있다. 쉽게 음악에 대해서 묻거나, 어떤 음악을 틀어달라고 요청하면 바로 그 음악을 서비스한다. 애플도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인 시리(Siri)를 통해 더욱 정교한 음악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도 음악과 관련한 서비스가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인공지능 비서가 나의 음악 취향을 알아서 선곡을 해주는 DJ라면, 앞으로의 인공지능은 작곡가와 연주자 등으로 활약하게 될 것이다. 작곡하는 인공지능을 만들려는 첫 시도는 1950년대 ‘일리악’이라는 컴퓨터를 통한 것이었는데, ‘마르코프 체인’이라는 통계 모델을 이용해 음악을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이렇게 만들어진 선율은 사람들이 좋아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1960년대에는 허버트 사이먼과 마빈 민스키 등의 유명 인공지능 학자들이 기존의 음악 작품에서 작곡 패턴을 뽑아내는 방식으로 작곡을 시도했다. 1970년대에는 J. A. 무어러가 조성을 바탕으로 하는 인공지능 작곡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하였다. 이처럼 음악 작곡은 인공지능 연구 분야에서 항상 빼놓지 않고 도전하는 단골 소재이다.

 

최근에는 스페인 말라가 대학의 인공지능학과 교수인 프란시스코 비코와 연구팀이 생물학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토대로 ‘아이앰어스’라는 인공지능 작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아이앰어스’는 음악적 요소에서 음악 유전자를 뽑아내 좀 더 복잡한 음악형태로 진화시키는 유전자 알고리즘을 이용한 프로그램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성균관대 안창욱 교수와 박사과정 재학생 정재훈씨가 인공지능 작곡가 ‘보이드(boid)’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렇게 인공지능을 이용한 작곡과 음악이 많아지다 보니 일본 정부는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음악이나 그림 등에 대해서도 저작권을 인정해줄 것인지 검토하기 시작했다. 


연주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의 활약을 기대해도 될 것 같다. 일본 야마하사가 개발한 인공지능 피아노가 독일 베를린 필하모니 관현악단 소속 현악 4중주단과 합주를 했는데, 일부 음을 딱딱하게 연주하고 템포가 조금 틀리기는 했지만 큰 무리가 없는 연주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밖에도 신시사이저를 시작으로 정보기술이 접목된 악기를 만든다거나, 디지털 음원을 재생하고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한 노래방 문화, 다양한 음원을 리믹스하고 다양한 퍼포먼스와 새로운 음악을 결합한 EDM 장르의 탄생처럼, 음악은 IT기술과의 만남을 통해 지난 몇 십 년 동안 가장 많은 변화를 겪은 예술분야다. 비록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인류는 음악을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고, 이런 기술을 잘 활용하는 아티스트들이 인정받을 것이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인간에게는 인간의 노력을 감지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으므로.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7012125005&code=210100&s_code=af190#csidxe299221b6fed2eb9f92935d911f56c3 onebyone.gif?action_id=e299221b6fed2eb9f92935d911f56c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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