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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AI 만난 게임 ‘무한 상상 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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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게임, 사회적 편견을 깨라 

마이크로소프트가 인공지능 플랫폼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선언한 ‘마인크래프트’ 게임

마이크로소프트가 인공지능 플랫폼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선언한 ‘마인크래프트’ 게임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첫 번째 대국을 하는 동안 구글의 인공지능 분야 라이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페이스북에서 중요한 발표를 하나 했다. 페이스북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인 토치(Torch)를 세계적인 게임 엔진 중 하나인 언리얼(Unreal) 엔진에 붙인 UETorch(언리얼 엔진의 머리 글자에 토치를 붙였다)를 발표한 것이다. 아마도 구글이 알파고를 통해 인공지능에서 한발 앞서간다는 대형 이벤트를 하는 동안 우리들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가 아니었나 싶다. 비록 전 세계적으로 큰 뉴스가 되지 못하는 바람에 아는 사람만 아는 것이 되었지만 말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페이스북의 이 발표가 미래의 인공지능 발전에 있어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페이스북이 언리얼 엔진을 통해 게임의 형태로 가상의 환경을 만들고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실제로 인공지능을 이용해 건물을 짓거나, 로봇을 운용하거나, 중요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일 때 잘못될지도 모르는 실제 상황을 현실 세계에서 도입하기란 여간해서는 쉽지 않다. 잘못되었을 때의 피해와 파급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게임으로 이루어진 가상의 세계라면 어떨까? 좀 잘못되더라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인공지능을 학습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게임 엔진에 인공지능을 붙인 페이스북의 시도는 실제의 세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많은 물리학적 상황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고 인공지능의 발전에 큰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이크로소프트가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있어 교육용으로도 활용되는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의 도구로 쓰는 ‘프로젝트 AIX’를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아이들의 창의적인 표현을 유도하는 ‘젤다의 전설’ 게임.

아이들의 창의적인 표현을 유도하는 ‘젤다의 전설’ 게임.

인공지능 개발자는 마인크래프트 게임 내에서 건설, 등산, 요리 등 임무를 수행하면서 인공지능을 학습시킬 수 있다. 심지어 자원을 활용해 인간이 하는 방식과 유사한 임무를 수행하고 보상이 주어지는 시스템을 통해 인공지능에게 다양한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인데, 이렇게 제작되는 AIX 소프트웨어를 올해 하반기에 오픈소스 형태로 무료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게임과 인공지능이 연결된 여러 가지 발표를 한 것은 다분히 구글의 알파고를 의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알파고 역시 게임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일단 바둑은 인류가 개발한 것 중 가장 자유도가 높은 복잡한 게임이다. 알파고가 바둑게임에 도전해서 인간을 넘어서기 시작했다는 것도 뉴스거리지만, 이런 알파고를 탄생시킨 딥마인드(Deep Mind) 창업자 데미스 허사비스 역시 어렸을 때부터 게임에 푹 빠져 살았고, 유명한 게임 개발자 경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뉴스다.  

게임 엔진에 인공지능을 결합한 페이스북의 ‘UETorch’를 이용한 블록쌓기 실험. 블록이 쓰러질지 아닐지, 쓰러진다면 어느 쪽으로 쓰러질지를 학습한 컴퓨터의 예측력이 매우 높아졌다고 한다.<br />Cornell University Library 제공

게임 엔진에 인공지능을 결합한 페이스북의 ‘UETorch’를 이용한 블록쌓기 실험. 블록이 쓰러질지 아닐지, 쓰러진다면 어느 쪽으로 쓰러질지를 학습한 컴퓨터의 예측력이 매우 높아졌다고 한다. Cornell University Library 제공

허사비스가 인공지능에 눈을 뜬 계기도 게임이었다. 그는 1994년 전설적인 개발자 피터 몰리뉴와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테마파크’를 공동으로 개발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17세였다. 테마파크는 전 세계에서 수백만 카피가 팔렸다. 현재까지도 영국 개발사가 내놓은 작품 가운데 최고의 대작으로 꼽힌다. 허사비스는 대학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후에도 몰리뉴와 계속 게임을 개발했다. 

라이언헤드 스튜디오를 공동으로 설립해 ‘블랙앤화이트’ 게임에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했다. 허사비스는 1998년 독립한 뒤 엘릭서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2003년엔 혁명을 인공지능으로 시뮬레이션하는 대작 ‘리퍼블릭: 레볼루션’을 개발해 발표했다.  

최근 소위 뜨는 세계적인 인재들의 성장사에는 게임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참 많이 등장한다. 그만큼 게임은 이들의 일상이고, 가장 흔하게 마주하는 미디어였던 것이다. 이런 게임에 대해 우리 사회는 많은 편견을 갖고 있다. 마약, 알코올, 도박과 함께 4대악으로 불리기도 했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다양한 정부 규제가 존재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게임에 대한 나쁜 편견이 사회 전체로 퍼진다는 점이다. 게임과 관련된 편견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도 ‘게임은 아이들의 뇌를 스펀지처럼 만든다’는 황당한 이야기일 것이다. 이 말은 일본의 모리 아키오가 쓴 <게임 뇌의 공포>라는 책이 국내에서 출간된 후 대표적인 일간지와 방송에서 대대적으로 다루면서 미신처럼 급속히 퍼져나갔다. 이 책은 모리 아키오가 독자 개발한 간이 뇌파계라는 기기를 이용한 연구결과, 즉 ‘게임 중’에는 뇌파 양상이 변한다는 것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반박 연구도 많이 발표되었고, 일본 내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가짜 과학서적으로 꼽히는데 한국에선 미디어 영향 때문인지 이를 사실처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역사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는 ‘에이지오브엠파이어’ 게임.

역사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는 ‘에이지오브엠파이어’ 게임.

하버드 의대의 셰릴 올슨 박사는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게임 상식과는 다른 견해를 교육 관련 잡지에서 제시했다. 그는 게임을 부모가 적절하게 관리하는 수준에서 허용할 경우, 아이들의 학습능력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능력, 신체적인 능력을 증진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1000명이 넘는 공립학교 학생들의 인터뷰를 통한 연구결과였다. 그는 특별히 교육적인 목적을 위해 제작된 기능성 게임이나 에듀테인먼트가 아닌 일반적인 게임 중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게임들이 많다고 했다. 좋은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게임은 ‘젤다의 전설’ ‘바쿠간’ 등이다. 이런 게임들은 계획을 세우고, 문제를 해결하며, 창의적인 자기표현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들이다. ‘문명’ 시리즈 중에는 역사와 지리에 대한 관심도를 증가시키고, 사회적인 능력을 신장시키며, 운동이나 건전한 경쟁 및 리더십 등을 고취시키는 게임도 있었다.  

미국 해군연구소는 게임이 어른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바 있다.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을 증진시키고, 추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나아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비디오 게임을 정기적으로 하는 외과의사들이 복강경 수술을 더 잘한다는 연구결과가 유명한 외과 학술지에도 발표된 바 있다. 이 밖에 게임이 집중력을 높이고, 정확성과 시각, 멀티태스킹 능력을 좋아지게 한다는 연구결과와, 이를 뒷받침하는 좋은 게임들이 여럿 있다.  

게임이 사회성을 좋게 만든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사회심리학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게임 플레이어들이 서로를 도와야 잘할 수 있는 사회적 성격이 강한 게임을 한 사람들이, 테트리스처럼 개인 능력만이 중요한 게임을 한 사람들에 비해 동료들을 도와주는 경향이 많다는 것을 밝혀냈다. 

국내 연구진들도 2015년 게임의 긍정적 영향을 보여주는 뇌과학 연구결과를 유수의 학술지에 발표했다. 서울아산병원의 강동화 교수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등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최소한 1000회 이상 플레이했고, 최근 3개월간 주당 3회 이상, 회당 1시간 이상 게임을 한 경험자들을 게임 유저로 분류하고, 게임 무경험자군은 최근 1년간 어떤 종류의 게임도 10시간 이상 한 적 없는 이들로 분류해 두 그룹을 비교했다. 그 결과 게임 유저들이 시지각 능력 테스트의 적응 속도와 적중률이 높고 개별 편차도 훨씬 작았다. 반면 게임 무경험자군은 테스트 결과의 편차가 매우 심했으며, 지속 학습에 대한 적응도도 떨어졌다. 더 놀라운 것은 연관된 뇌의 영상 연구결과였다. 

[정지훈의  미래세계](2) AI 만난 게임 ‘무한 상상 발전소’

무경험자군은 시지각 테스트에서 주로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후두부만 사용하지만, 게임 유저들은 판단과 추론을 관장하는 전두엽까지 활성화되었다. 게임 유저들의 전두엽과 뒤쪽 뇌를 연결하는 신경회로 다발이 매우 발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연구결과는 우리들이 믿고 있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의 허상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점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게임을 무조건 못하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최근 나오는 게임 중에는 몸을 이용해서 가족들과 같이 즐길 수 있는 게임들도 많다. 이를 통해 가족 간의 유대와 운동능력을 기를 수도 있다. 미션을 중심으로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 지적능력을 향상시켜 주는 게임들도 많다. 앞에서도 밝혔듯이, 게임은 아이들의 미래에 있어 가장 중요한 미디어가 될 것이며, 인공지능의 발전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미디어를 어른들의 잘못된 편견으로 못하게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필자는 개인적으로 좋은 게임이 나오면 아이들에게 먼저 권하는 축이다. 다만 게임하는 시간을 제한하는데 아이들이 잘 따르는 편이다. 이것 말고도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온라인게임은 되도록이면 시키지 않는다.  

특히 무제한적인 친구들과의 경쟁을 유도하는 종류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피하고 있다. ‘젤다의 전설’과 같이 게임의 완성도가 높으면서, 명확한 끝이 있어서 매일 적당한 시간을 투자해 정복해 나가는 종류의 게임, 마인크래프트와 같이 자유도가 높고 창의적인 작업을 통해 성취감을 높일 수 있는 게임, 가족들이 몸을 통해 같이 즐길 수 있는 게임, 에이지오브엠파이어와 같이 역사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킬 수 있는 패키지 게임 등을 권장한다. 틈틈이 이런 게임들을 어떻게 즐기고 있고, 무엇이 좋았는지도 물어본다. 그러면 아이들은 게임을 당당하게 할 수 있고, 그런 과정에서 배운 것들을 자랑하기도 한다. 세대가 다르고, 세상의 규칙이 달라지고 있다. 기성세대의 편견만으로 모든 것을 제약하려는 시도는 아이들을 가두는,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감옥을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부모가 아이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고 게임만 한다고 한탄하면서, 아이들을 죄인으로 만드는 것이 옳은 일인지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4152105005&code=210100&s_code=af190#csidx0ddb7169bf0c9dda84bef3858515429 onebyone.gif?action_id=0ddb7169bf0c9dda84bef385851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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