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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동 없는 삶’ 우린 받아들일 수 있을까

SNS마스터 0 107

ㆍ공존을 위한 ‘새로운 합의’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영국의 과학자 겸 소설가인 C P 스노는 1959년 리드 강좌에서 현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두 문화인 과학과 인문학 사이의 의사소통 문제를 통렬히 비판한 바 있다. 그의 이 강연은 이후 <두 문화>라는 책으로 출판되었고 융합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거론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말이 되었다. 

그로부터 50년이 넘게 지난 오늘날, 과학기술과 인문사회학 사이 융합적인 접근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노가 주장했던 ‘두 문화의 충돌’은 여전한 듯하다. 과학기술을 전공한 사람들은 과학적 방법론에 입각하여 자신들의 연구 및 개발만 충실히 하면 된다는 입장을 가진 경우가 많고, 인문사회학 계열에 있는 사람들은 과학기술에 대한 충분한 성찰과 공부가 많이 부족한 가운데 원론적인 주장만 내세우다 보니 설득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인문사회계열의 학자들은 ‘중력파’가 무엇인지 모르고, ‘인공지능’ 기술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몰라도 아무렇지도 않다. 과학기술자들은 산업혁명 이후 전 세계의 역사가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고, 인터넷의 탄생과 확산과정에 있었던 무수한 사람들의 희생과 사회적 기여에 대해 몰라도 별로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의 기술 진보에 따른 급격한 사회 변화는 더 이상 이렇게 따로국밥처럼 노는 ‘두 문화’의 진지한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과학자 겸 소설가였던 스노처럼 양수겸장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서로 다른 영역에 대한 존중과 개방된 자세로 진지하게 우리 사회의 문제를 같이 협업하여 해결하려는 자세가 시간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정지훈의  미래세계](1) ‘노동 없는 삶’ 우린 받아들일 수 있을까

■20세기를 변혁시킨 포드 혁신  

과학기술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아마도 20세기 초반에 있었던 ‘포드자동차’발 사회혁신이 아닌가 싶다. 1903년 ‘포드자동차’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자동차 생산에 들어간 포드는 20세기를 송두리째 변혁시킬 중대한 결심을 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 목적은 대중을 위한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다.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살 수 있는 저렴한 가격의 자동차를 만들어 집집마다 자동차를 소유하게 할 것이다.”  

그의 말대로 포드는 20세기 초반 대량생산 방식을 도입해 자동차가 매우 비싸고 부자들만 타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조금만 노력하면 욕심을 내볼 수 있는 수준의 상품으로 변화시키는 데 성공한다. 포드는 컨베이어 벨트를 도입해 자동차의 최종 조립 단계에 드는 시간을 750분에서 93분으로 단축시켰다.  

자동차 생산방식이 변화함에 따라 일상생활도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된다. 대량생산을 하게 되면서 모델 T의 가격이 1908년 950달러에서 1914년 490달러로 하락하고, 미국에서 자동차 소유가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1895년만 해도 4대에 불과하던 자동차가 1920년에는 2000만대가 보급되면서 미국을 자동차의 나라로 만들었다. 포드 혁신의 나비효과는 어마어마했다. 철강산업의 부흥과 주유소 인프라의 건설 확대와 거대 정유기업의 등장, 미국의 교외도시 건설 붐, JP모건을 위시한 금융업의 발달, 교외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월마트 등 대형 소매유통점의 등장과 같은 현대 미국 산업 발전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영국의 소설가 올더스 헉슬리는 <멋진 신세계>란 소설에서 포드의 대량생산 라인이 일으킨 혁명을 일컬는 ‘포드 기원(紀元)’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처럼 기술은 20세기 이후 우리 사회의 변혁을 일으키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포드 기원’으로부터 시작된 미국식 산업사회는 수십년이 지나지 않아 전 세계로 파급되었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여러 나라들이 미국식 산업사회 발전의 궤적을 그대로 밟아나갔다. 

최근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승리한 이후 ‘알파고 임팩트’라는 말이 등장할 만큼 다양한 담론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담론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리거나 과도한 두려움이나 낙관론으로 포장될 경우 부작용이 클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회변혁기에는 이런 근본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하면서 다양한 논의와 합의로 이어지는 것이 더욱 자연스럽다. 어떤 측면에서는 이런 논의의 시작이 너무 늦은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기에 개인적으로는 이런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구글의 ‘무인자동차’

구글의 ‘무인자동차’

■무인자동차가 몰고 올 변화  

인공지능 기술이 확대되어 적용될 경우 가장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되는 것은 무인자동차다. 알파고와 포드자동차 이야기가 나온 김에 무인자동차가 등장할 경우 우리 사회가 어떤 변화를 겪게 될 것인지 생각해보자. 전 세계에서 하루 3000명, 연평균 120만~130만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고 한다. 원인의 90% 이상이 운전자 부주의 때문인데, 만약 안전한 기술이 운전을 할 수 있고, 사람이 운전을 하지 않는다면 부주의로 인한 막대한 사망자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지난 100년 동안 자동차는 탑승공간이 있고 엔진과 변속기를 탑재하며, 네 바퀴를 조종해 이동한다는 개념에서 한발짝도 진보하지 못했다. 무인자동차는 주변 환경을 인식해 위험을 판단, 주행경로를 계획해 스스로 안전 주행이 가능한 자동차를 말한다. 2020년을 전후로 여러 업체들이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며, 가장 큰 장애물로 여겨졌던 법규의 개정작업도 미국의 여러 주들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아우디는 2015년 CES에서 실리콘밸리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약 900㎞를 자율주행에 성공한 A7 모델을 선보였고, BMW도 수만㎞에 이르는 테스트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볼보의 경우 스웨덴 정부와의 협업이 돋보이는데, 2017년까지 100대의 무인자동차가 일반도로를 달리는 것을 목표로 ‘Drive me’라는 프로젝트를 정부와의 협력하에 진행 중이다. 그 밖에 GM, 포드, 도요타, 닛산, 현대 등 거의 모든 완성차 기업들이 무인자동차 기술을 개발 중이다. 심지어는 바이두, 소니, 우버와 같이 기존에 자동차 시장과 큰 관련이 없었던 기업들까지도 무인자동차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대상은 테슬라자동차와 구글이다. 테슬라자동차는 이미 기존의 모델 S에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비용만 내면 운전자 조작 없이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는 기술을 탑재했는데, 벌써부터 많은 자율주행 경험기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라오는 등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테슬라는 2018년에 완전 무인자동차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구글은 이런 경쟁에서 가장 앞선 기업이다. 구글의 무인자동차는 2007년 다르파 어번 챌린지(DARPA Urban Challenge·LA 교외 구 공군기지에 만든 가상 시가지를 달리는 대회)에서 처음으로 여섯 팀이 완주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되었는데, 2012년 처음으로 네바다주에서 제한적이나마 자율주행 허가를 받아서 공식적인 실험에 들어갔고, 2013년부터는 캘리포니아주의 공공도로에서도 실험을 진행해서 지금까지 수십만㎞의 주행을 무리 없이 하면서 그 안전성과 가능성을 널리 알렸다.  

문제는 무인자동차 보급이 확대될 경우 우리 사회에 미칠 변화다. 맥킨지는 무인자동차 시대가 도래하면 사람의 실수로 인해 발생하는 차 사고가 지금보다 90%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운전을 할 필요가 없으므로, 차량 내부에서 스마트 기기와 연동되고 인터넷과 연결되는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는 오는 2020년쯤 커넥티드 카 관련 상품과 서비스로 인한 수익이 1520억달러(약 181조138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람들은 자동차를 비싸게 사놓고 대부분 집과 회사 등에 세워둔다. 비슷한 시간에 세워놓고, 비슷한 시간에 이용하니 동시에 주차된 차와 동시에 이동하는 차들로 늘 붐빈다. 무인자동차가 등장하면 이것도 크게 달라진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을 이용하는 무인자동차는 우리를 원하는 장소에서 픽업하고 내려놓을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안전하게 사용 가능한데 자동차를 소유할 필요가 있을까?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으니 주차장도, 정비소도, 보험도 필요 없을지 모른다. 

최적화된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자율주행자동차가 등장하면 현재 자동차의 90% 이상이 불필요해진다고 한다. 그러면 택시기사, 자동차 딜러, 자동차 정비사, 주차장 관리인의 일자리는 어떻게 될까? 그리고 자동차 제조사들의 미래는 어떨까? 이처럼 무인자동차는 미래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기술이다. 마치 포드자동차가 현대 산업사회에 어마어마한 나비효과를 가져온 것처럼 말이다. 

자율주행 중인 볼보의 무인자동차

자율주행 중인 볼보의 무인자동차

■인간에게 노동은 필수일까  

자동화와 인공지능이 생산성을 증대시키면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의식주를 제공하는 데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일을 하지 않아도 사회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 최근 북유럽 등에서 논의되고 일부 국가에서 시행에 들어간 기본소득제는 이러한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제도적인 정비와 사회적 합의의 하나다.  

가장 중요한 과거와의 시각 차이는 노동이라는 것이 인간에게 필수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인정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일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는 수준의 수입은 보장하며, 이를 위해 사회의 분배구조를 개혁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파격적인 발상에 대해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보장제를 강력하게 시행해온 북유럽 국가들은 비교적 쉽게 실험에 들어갔다. 최근에는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스타트업 창업가들과 벤처캐피털들도 기본소득제에 대한 담론을 공개적으로 천명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과학기술과 인간, 그리고 산업과 경제를 습관적으로 분리해서 보는 경향이 있는데, 과학기술이 현대사회에 미치는 엄청난 영향력을 감안할 때 이상한 것 아닐까? 북유럽 사회나 실리콘밸리의 창업가들처럼 기술과 사회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적이고 융합적인 사고로 이해하고 고민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인공지능처럼 파급력이 강한 과학기술이 많이 등장할수록, 과학기술은 사회 및 자연과 함께 공생하는 것이고, 이들과의 공존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다양한 시각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4012117025&code=210100&s_code=af190#csidx5bc04dfc8ceeb6393ee869d56c1246c onebyone.gif?action_id=5bc04dfc8ceeb6393ee869d56c1246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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