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전문가,달인

SNS 정복 나선 황혼의 크리에이터들

SNS마스터 0 14

거침없는 입담, 세대 넘어선 감각으로 인기…비즈니스로 연결되기도
[더피알=안선혜 기자] 나이가 깡패라는 말은 이런 때 쓰는 걸까. 계모임 갈 때 화장법, 80세 할머니의 먹방, 스웨그 넘치는 패션…

젊은이가 했다면 그저 그런가 보다 생각하고 지나쳤을 장면이 이들의 등장으로 시선 강탈 콘텐츠로 탈바꿈했다. 젊은이들의 전유물인 줄 알았던 SNS 정복에 나선 황혼의 투혼이다.


(위부터 시계방향으로)영원씨tv, 여용기 할아버지, 박막례 할머니, 이찬재 할아버지가 그림을 그리는 동영상 중 일부.
“(빨래) 빨아주면 좀 고맙단 걸 알아야 되는디, 뭔 물 들었네 잘못 빨았네, 피죤을 했네 안 했네, XX해”

구성지고 찰진 전라도 사투리로 거침없이 내뱉는다. 하는 족족 내 이야기 같아 뜨끔하다. (채널 소개에 따르면) 한 번 보면 끊을 수 없는 마성의 매력을 지녔다는 71세 크리에이터 박막례 할머니가 최근 진행한 브랜디드 콘텐츠다.

빨래를 미룬 채 더러운 이불을 칭칭 감고 있는 손녀에게 등짝 스매싱을 날리고 인도 받은 빨래방에서도 거리낄 것 하나 없는 태도로 빅웃음을 선사한다.

솔직하고 재치 있는 입담과 손녀와의 케미(케미스트리, 일종의 궁합)가 더해져 SNS를 한껏 달군 이 할머니에게는 제법 많은 브랜드들이 러브콜을 보낸다. 막례 할머니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32만여명,

지금까지 발행한 54개 게시물에 대한 누적 조회수는 9월 말 현재 2427만8000여회다. 지난해 6월 기준 국내서 구독자 10만명을 돌파한 채널이 460여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유망주다.

박막례 할머니의 돌풍은 해외에서도 이어졌다. 패션잡지 보그(VOGUE) 미국과 인터뷰를 진행한 것. 보그에서는 할머니의 복장을 돌체앤가바나 같은 명품 브랜드에 비유하기도 해 주목을 끌었다. ▷관련기사: 71세 할머니의 무한도전


지난 6월부터는 홈쇼핑에도 출연하기 시작했다. 롯데홈쇼핑에서 ‘막례쑈’를 진행, 특유의 솔직한 반응으로 인기를 모았다. 판매 품목에는 화장품도 포함돼 있었다. 70대 할머니가 소개하는 화장품이 무슨 메리트가 있을까 싶지만, 막례쑈의 시청 연령대는 2030세대 여성이 절반을 차지한다.

해당 제품의 2030 구매율 또한 20% 증가했다. 4050이 주류이던 홈쇼핑 시장에서 고객 외연을 넓힌 셈이다. 덕분에 이 회사는 ‘막례쑈 시즌2’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령의 크리에이터라고 동일 연령대 사람들에게 소구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시니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곤 한데, (고령 크리에이터들은) 그게 아니라는 의외성을 전달하면서 10대 등 젊은층에게 쿨한 느낌으로 다가가곤 한다”며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차별화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 점에서 고령이라는 점 자체가 무기가 된다”고 인기요인을 짚었다.

의외성이 가져다주는 차별화

실제 시니어가 운영하는 SNS 채널이라는 것 자체로 주목도는 올라가는 편이다. 박막례 할머니와 유사하게 손녀와 함께 유튜브 활동을 시작한 김영원(80) 할머니는 ‘영원씨TV’로 11만여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조곤조곤한 말투가 특징적으로, 시골의 여느 순박한 할머니들을 떠올리게 한다. 영원 할머니의 전공은 먹방. 심지어 ASMR(자율감각 쾌 락반응)까지 도입해 구독자들을 붙잡아 두고 있다.


할머니가 등장하는 채널이라는 특성 덕에 달리는 댓글들도 온순한 편이다. “여기서 욕하는 사람은 유치원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답이지 싶다” 등 이용자들 스스로가 정화에 나서는 모습이 돋보인다.

유튜버 외에 2030의 이용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인스타그램에서도 고령 인플루언서는 존재한다. 남포동 꽃할배로 불리는 여용기(65) 할아버지는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 5만여 명이 넘는 팔로어의 마음을 훔쳤다.

때론 과감한 컬러의 수트에 도전하고, 때론 항공점퍼와 가죽재킷, 스니커즈와 같은 아이템을 선택, 젊은층 못지않은 센스를 자랑한다.

한국의 닉 우스터(이탈리아의 유명 패션 디렉터)라고도 불리는 이 할아버지의 본업은 마스터 테일러(재단사)다. 심상치 않은 패션 감각의 이유가 있는 셈이다.

본인이 직접 스타일링하고 모델도 되어 찍은 멋스러운 사진들은 입소문을 타고 맞춤 양복점 비즈니스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인스타그램 게시물에는 구입을 문의하는 댓글이 종종 달리고, 주 무대인 부산을 벗어나 홍대 등에 팝업스토어를 여는 기회를 얻기도.

참관한 행사에서는 예약이 밀려드는 덕에 반가운 마음과 겁이 나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는 솔직한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한국에는 여용기 할아버지가 있다면 이웃나라 대만에는 88세 yueyue(위에위에) 할머니가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문린(달빛요정)이란 아이디를 쓰는 이 할머니는 곧 아흔을 바라보는 고령임에도 스웨그(래퍼 특유의 허세) 넘치는 패션을 선보인다.

박시한 아디다스 티셔츠에 숏팬츠를 매치하고, 스냅백을 쓰고 찢어진 청바지를 입는다. 범상치 않은 젊은 감각만큼이나 생각도 경쾌하다.

자기가 좋아하는 옷을 입고 자신의 돈으로 옷을 사러 가고 최근 인터넷으로 물건 사는 방법을 배웠다는 글을 남기는가하면, 젊은 시절 장사를 했기에 열심히 사는 젊은이들을 좋아한다고 밝힌다.

심하게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선 “엄마가 이런 바지를 입는 걸 봤다면 제가 잘 때 바지 구멍을 다시 메웠을 거다”라는 농을 던지기도 한다.

인스타그램뿐 아니라 페이스북 페이지도 관리하는 위에위에 할머니는 본인이 스스로 사진을 찍고 직접 올린다고 밝힌다.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무려 9만4000여명에 달한다. 왜 인스타그램을 시작하게 됐냐는 기자의 물음에는 “인생은 매우 짧고 매 하루는 중요하고 특별하다”는 대답으로 갈음했다.


개인 취미가 어느덧 세일즈로

멀리 타국에 떨어져 사는 손주들을 위해 매일 그림을 그려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할아버지도 있다. 밝고 따뜻한 색감의 수채화를 그리는 이찬재(76) 할아버지는 팔로어 30만명 이상을 확보한 인스타그램 스타다.

브라질 이민자로, 약 3년 전 딸 식구들의 한국행으로 손자들과 떨어지게 되면서 그리운 마음을 그림으로 풀게 됐다. 그림이 한국, 미국 등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들과 마음의 끈을 이어 주는 하나의 매개체가 된 셈이다.

할아버지의 사연은 BBC 등 해외 언론을 통해서도 보도되면서 지난해 팔로어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정이 담뿍 담긴 수준급 실력 덕에 지금은 단순 게시를 넘어 판매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별도 판매 사이트에는 할아버지가 그린 그림과 할머니의 감각적인 글이 함께 올라와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이찬재 할아버지의 그림판매 홈페이지.
젊은이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SNS 공간에 녹아들기 시작한 고령 크리에이터들은 아직은 시작단계다. SNS에서의 인기를 광고나 브랜드 제휴 콘텐츠로 연결시켜 수익화하는 일도 일부에 한정돼 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플랫폼인 미디어스의 김민석 대표는 “현장에서 박막례 할머니 외에는 많이 진행하지는 않는 듯하다”며 “인지도 높은 한두 분 정도는 조금 하시는 듯하지만, 아무래도 팔로우 수 기준이다 보니 브랜드 측의 요청이 많지는 않다”고 전했다.

고령 크리에이터가 높은 팬수를 획득한다면 가능성은 또 달라진다. 김 대표는 “할머니(혹은 할아버지)가 방송을 진행하시는 건 다른 크리에이터들에 비해 잡음이 적다”며 “수용자들이 할머니라는 점을 인지하다 보면 아무래도 브랜드 콜라보를 하더라도 많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광고 품목에 있어서는 숙고가 필요하다. 이승윤 교수는 “고령 크리에이터의 경우 생활용품 등은 괜찮지만, 화장품과 같은 카테고리는 이슈 몰이는 가능해도 전략적으로 봤을 때 썩 좋은 파트너는 아닐 수도 있다”며 “서로 이미지 매칭이 되지 않는 브랜드는 크게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출처 : The PR(http://www.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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